엄기탁이가 내 죄를 뒤집어 쓰고 들어가 있어! 꼭 그 녀석때문이 아니더라도..

하느님이 내 병은 고쳐줄 수 있어. 하지만 내 대학시험은 붙여 줄 수가 없어.

왜냐? 날 합격시키면 다른 한명을 떨어뜨려야 하거든. 이건 그런 일이야.

내가 살자면 엄기탁이가 죽어. 미안해. 너한테 좋은 것 만 주려고 했는데.

(피식) 이렇게도 생각해봤어. 산속에서 풀더미 같은 거 뜯어먹고 살다가 산짐승처럼 자연스럽게 죽어가면 어떨까. 한시라도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어.

건달이라는게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거든.

정작 죽음이 내 앞에 다가왔을 때 내가 얼마나 죽음을 남의 것인 양 가볍게 생각해 왔는지.

하루에 세 번쯤 죽음을 생각해. 포식했을 때.. 즐거울 때.. 이별이 떠오를 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