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

가수의 꿈! 대학 진학의 꿈!
본스타 강북보컬학원이 책임집니다.
나도 할 수 있다! 는 자신감만 가지고 오십시오.
본스타 강북보컬학원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록밴드의 역작 "부활"

본스타(비회원)님 | 2008.11.25 12:20 | 조회 1055

 

1980년대, 빽판과 미군방송을 통해 '헤비메탈'이라는 새로운 소리에 심취해 있던 한국의 메탈키드들에게 '크게 라디오를 켜고'와 시나위의 등장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열악한 계약 조건에 1주일만에 곡을 쓰고, 3일만에 합을 맞춰 발매한 앨범이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시점을 계기로 음지를 통해서만, 먼 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음악이라 여겨졌던 헤비메탈이 한국 대중음악의 권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 11월, 또 하나의 밴드가 [Rock will never die]라는 거창한 제목과 함께 등장했다. 앨범 없이도 파고다 공연장에 사상 최대의 관객을 불러모으던 밴드, 마이클 쉥커가 부럽지 않다던 기타리스트와 잘 생긴 미성의 보컬이 함께 하던 그 밴드의 이름은 부활이었다.

 

 

80년대 헤비메탈의 3대 밴드 - 시나위, 백두산, 부활 -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부활의 출발은 '디 엔드'라는 밴드였고, 당시 이 밴드는 김태원과 양홍섭을 두 축으로 하고 있었다. 이 밴드는 주로 고난도의 기타 솔로를 가진 뮤지션들의 곡 - 주로 마이클 쉥커 - 을 커버하는 밴드였으며, 당시 이 밴드의 보컬은 김종서였다. 한국에서 메탈을 표방하는 밴드들이 하나 둘씩 그 존재를 갖춰가던 그 시절에, 디 엔드는 파고다 예술관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쳐나가며 빼어난 연주력과 퍼포먼스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 때 김종서가 돌연 탈퇴하게 되면서 디 엔드는 새로운 보컬을 뽑는 오디션을 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승철이 최종 합격자로 낙점되면서 팀은 이름을 부활로 바꾸고 재정비에 들어갔다.

1986년이 시작되던 1월을 헤비메탈의 열기로 물들인 시나위의 데뷔앨범 [Heavy Metal Sinawe]는,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헤비메탈'를 새로운 조류로 부상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당시 서라벌 레코드에 의해 발매된 이 음반의 기록적인 흥행으로 타 음반사들도 헤비메탈 음반 제작에 관심을 보이게 되었고, 서울음반이 이 과정에서 부활의 데뷔음반 [Rock will never die]를 취입하게 되었다. 시나위의 음악이 본격적으로 반응을 얻기 시작한 것이 봄을 전후로 하면서부터였으니, 사실 부활이 실제 음반을 준비하는 데에 쏟은 시간의 양은 결코 넉넉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Rock will never die]에는 앨범의 분량에 따라 자작곡, 음악제 출전곡, 건전가요에 이르기까지가 특별한 흐름이나 주제 없이 묶여 있었으며, 통일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앨범 아티스트 차원에서의 아우라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작업의 현실적인 제약조건은 이렇게 한국 헤비메탈사에 한 자욱을 남기고 있는 이 음반의. 조금은 아쉬운 매무새에 대한 하나의 변명거리다.

변명의 거리는 또 있다. 이후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내 오며 부활은 늘 김태원의 밴드였지만, 이 때만큼은 부활이 트윈 기타를 맡고 있던 이지웅과의 양강구도를 취하고 있었다. 때문에 '희야'와 '비와 당신의 이야기'같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취향의 곡이 한 앨범에 맥락 없이 싱글처럼 실릴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아쉬움에 대한 변명 혹은 흠을 잡자면 열악하기 그지 없는 녹음의 상태를 들 수 있다. 그 때 당시의 음반들이 대개 그랬다는 동정의 의견을 구할 수도 있겠지만, 후대의 청자들에게 선뜻 권하기에 너무 거칠고 조악한 이 음반의 사운드는 빛나는 송라이팅을 가리는 세월의 조금은 민망한 증거물로서 작용한다.

굳이 앨범에 대한 아쉬움을 먼저 토로한 것은 이런 아쉬움들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담고 있는 한국 헤비메탈의 어느 탁월한 순간들 때문이다. 비와 소녀, 추억을 주제로 추상적으로 풀어내는 가삿말, 폭풍처럼 몰아치는 기타 솔로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감정을 고조시켜 나가는 대곡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부활의 '스타일'을 확립한 김태원의 초기 명곡이자, 메탈키드들에게 오래도록 회고되는 레퍼런스다. 김태원의 종소리와 이승철의 미성으로 헤비메탈밴드의 뒤에 소녀팬들을 따르게 한 불세출의 히트곡 '희야'는, 엄밀히 헤비메탈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겠지만 엄연히 부활을 세상에 알린 제일의 수훈갑이었다. 클래시컬한 무드에 대한 김태원의 지대한 관심을 반영한 '인형의 부활'은 이후 후속작 [Remember]를 통해 본격화되는 김태원식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전초가 되어주었다.

이 음반은 숨막히는 한 편의 작품이라기보단, 인상적인 순간과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일종의 '촌티'가 공존하는 앨범이다. 무대의 팬들과 호흡하는 경쾌한 락 트랙 '너 뿐이야'의 구수함이나 (앨범 재킷에 '모 가요제 탈락'이라는 아픔과 함께 소개되어 있는) 초기 부활의 풋풋한 작곡을 엿볼 수 있는 '사랑 아닌 친구' 등은 부활이라는 밴드가 성장해 온 과정을 담은 과도기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한국 헤비메탈 음악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 중간에 놓인 사료와 같다. 이후 [Remember]를 통해 본격적인 작품 세계로 나아가기에 앞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처음의 모습, [Rock will never die]는 그 날 것의 질감이 담긴 20년차 밴드, 부활의 첫 발걸음이다.

                                                                                                                                                  

 

twitter facebook google+
1,447개 (115/121페이지)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